큰 비
솔뫼 임충빈( 松峴 任忠彬
목말라 애타던 채전菜田의 고추 가지 상추 호박 따위가
한 줄기 소낙비에 귀가 쫑긋 얼굴 펴지는 오후
매일같이 따고 또 따도 열리고 굵어만 가는 땡볕 아래
푸성귀 짙은 풋풋한 내음이 손 끝에서
소담하게 차려지는 탐욕의 여름 밥상
한반도를 오르락 내리락 흩고 다니더니 드디어
넘쳐 나는 자드락비가 억수같이 쏟아 부어
무더기비 되고 채찍비라 부르는 달구비되니
냇물 불어나 오도가도 못하는 징검다리
정겨움을 앗아가는 잔인한 큰비, 나쁜말로 호우*豪雨
아침의 는개는 어느새 장대비로 휘몰아쳐
산천초목이 춤추다가 잠든듯 고개 숙이는데
물을 얕잡아 보던 눈들이 휘둥그레져
‘불은 재를 남기지만 물은 흔적도 없앤다.’고
자연과 더불어 살며 이 여름이 즐거운 삶
흙이 있어 좋고 하늘과 구름이 있어 행복한
오후의 원두막은 시원하기만 하다.
*흔히 호우라고 하는데 이는 일본식 표현이므로 순우리말로는 ‘큰비, 자드락비, 억수, 무더기비, 채찍비, 달구비’라고 표현한다니 우리말을 사랑하는 의미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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