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느굿한 황소가 부럽다// 장석대 시인

버석이 2012. 8. 2. 08:29

느긋한 황소가 부럽다
              죽암 장석대  
           한여름 서늘한 그늘 밑에 황소가 앉아 
           큰 눈알 굴리며 되새김질 하고 있다
           인간을 위해 태어난 천추의 한恨과 
           혀 빠지게 일하고도 인간의 제물이 되 온
           조상들의 사관史觀을 반추하고 있는 건가
           나는 황소를 경계하며 쪼그리고 앉아
           가해자의 후손과 피해자의 후손이 마주 본다
           나 같으면 치를 떨며 들이받아 버릴 텐데
           노기 띈 기색도 없이, 저주의 눈빛도 없이
           내색 않고 어금니만 갈며 반추하고 있다
           인간들이 만든 경운기의 혜택으로
           한결 편해져 인간에 대한 보은報恩의 표현일까
           아니면 악惡은 관용으로 다스린다는 암시일까
           불고기 먹은 냄새 코 앞에서 풍겨대도
           눈 하나 까닥하지 않고 느긋이 반추하고 있다
           나는 만물의 영장이란 인간의 탈을 쓰고
           어찌 저 황소보다 속이 좁아 질투로 가득 찼을까 
           한 때 절망의 늪에서
           부촌 압구정 거리를 시샘의 눈초리로 걸었던 내가  
           느긋이 반추하고 있는 황소가 부럽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