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자본주의의 미래

버석이 2009. 6. 10. 18:30

자본주의의 미래

 


전용덕(대구대 교수, 경제학)

 


  케인스경제학을 신봉하는 학자들을 포함한 반시장주의자들은 미국에서 촉발된 세계적인 경기변동의 원인으로 자본주의 또는 신자유주의를 지목하고 그에 대한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그와 함께 그들은 경기변동의 해결책으로 정부의 시장에 대한-어느 때보다도 강력한-간섭적인 정책을 처방함으로써 자본주의의 미래가 암울한 것처럼 보이는 것은 필자만의 기우는 아닐 것이다. 경기변동의 원인을 규명하는 일은 다른 곳으로 미루고 여기에서는 자본주의의 미래를 예상해보고자 한다.

 


  주지하듯이 자본주의란 재산(property)의 사적 소유를 보호하는 제도 또는 기구를 말한다. 그러므로 재산을 공공이나 국가가 소유하는 것은 반자본주의적이다. 자본주의를 완전하게 실현하기 위해서는 ‘계약의 자유’라는 보조적인 장치가 필요하다. 재산의 사적 소유는 인정하지만 국가 또는 정부가 계약의 자유에 제한을 가하면 진정한 의미에서 자본주의라고 할 수 없다. 사실상 그런 상태는 자본주의와 반자본주의의 한 형태인 간섭주의 또는 사회주의가 혼합된 것이다.

 


  재산은 인간의 생존에 있어서 필수적인 것이다. 인간이 물과 공기만으로 얼마 동안을 생존할 수는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생명을 유지할 수 없다. 그러므로 재산은 인간의 생존에 있어서 필수 불가결한 요소임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인간이 자신이 소유한 재산-물론 이 재산은 정당하게 획득한 재산이라고 가정한다-으로 생산 활동을 하고 그 결과물을 소유하는 것은 정당하다. 왜냐하면 자신이 생산한 것을 자신이 소유하는 것은 생존과 행복을 추구하는 인간의 본능 또는 목적과 부합하기 때문이다. 이 점이 자본주의가 지닌 도덕적 우월성이다. 따라서 자본주의가 다른 제도, 예를 들어 사회주의보다 생산성이 높다는 주장은 부차적인 것이다. 그리고 사회주의, 복지국가주의, 간섭주의, 조합주의, 공산주의 등과 같은 통칭 반자본주의는 재산과 그 결과물의 사적 소유를 부정한다는 점에서 부당할 뿐만 아니라 타인의 노력과 재산으로 유지된다는 점에서 장기적으로 존립 가능하지도 않다. 물론 이 점은 국가에 해당하는 원리이고 순수한 자발적 조직에는 관련이 없다.

 


  그러면 재산의 소유는 어떻게 변천해 왔는가. 기원 전 일만 년에 인류는 농경생활을 시작하면서 일정한 지역에 정착하기 시작했다. 이 때 인류는 당시 가장 중요한 재산인 토지를 공동으로 소유하고 관리했다. 비록 토지가 형식적으로는 국가 또는 왕의 소유였지만 말이다. 물론 생산물도 공동으로 분배했다. 그러나 다수를 이루는 보통 사람의 삶은 그다지 풍요롭지 않았다. 토지의 공동 소유는 토지의 생산성을 낮게 만들어서 경제성장에 필요한 저축을 불가능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물론 낮은 생산성에는 왕이나 귀족과 같은 특권층의 약탈도 일조했다. 그 결과 인신과 재산에 대한 약탈과 전쟁이 끊이지 않았다.

 


  영국에서 13세기 무렵 왕권에 대한 제한을 시작으로 18세기 중반을 전후하여 고전적 자유주의-오늘날의 신자유주의-가 확산되면서 재산의 사적 소유는 가장 중요한 권리로서 인정되었다. 그리고 왕을 포함한 특권층의 권한도 크게 제약되었다. 이러한 사실은 자본주의는 이제 막 역사의 전면에 등장한 제도임을 의미한다. 그리고 소유라는 관점에서 보면 ‘국유’에서 ‘공유’로, 이제 다시 ‘사유’로 옮겨가고 있다.


자본주의의 운명은 무엇보다도 정치 제도에 달려있다. 현재 각국이 채택하고 있는 사회민주주의 또는 민주주의는 자본주의를 보호할 수 있는 제도가 아니다. 민주주의가 의존하고 있는 다수결 원리는 다수(정치력이라는 관점에서)에 의한 소수의 약탈을 막기가 매우 어렵다.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지금까지의 경험은 사실상 그 점을 잘 보여준다. 그러나 더 긴 시간이 지나면 인류는 자본주의를 보호할 정치 제도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앞에서 지적했듯이 인류의 전 역사를 24시간으로 환산하여 보면 자본주의는 이제 겨우 몇 초 또는 몇 분이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본주의는 인간의 본능 또는 목적에 가장 잘 부합하는 제도라는 점을 앞에서 지적했다. 그러므로 자본주의는 많은 시련에도 불구하고 존립할 것이고 인류에게 풍요를 가져다 줄 것이다. 비록 일시적으로 부침을 겪겠지만 말이다. 다만 화폐 제도와 금융 제도와 같이 인간의 경제 행위에 광범한 영향을 미치는 것을 정부나 국가가 잘못 간섭하거나 통제하면 반문명화(decivilization)와 함께 국가 또는 정부가 멸망한다는 점을 역사는 보여주고 있다. 다시 말하면 화폐 제도와 금융 제도를 반자본주의적인 것으로 만들면 정치 제도는 무너지고 경제 제도인 자본주의는 원점에서 새롭게 시작될 것이다.

 


  정치인들을 포함한 다수의 반시장주의자는 경제위기가 발생할 때마다 거의 언제나 자본주의 탓으로 돌려서 자본주의의 명줄을 위협해 왔다. 역설적이게도, 지구상의 모든 나라에서 경제위기가 반복되고 있는 것은 현재의 화폐 제도와 금융 제도가 상당 부분 반자본주의적이기 때문이라는 것이 진실이다. 만약 틀린 주장에 속는다면 불행한 역사의 반복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자본주의와 정치철학 또는 사회철학에 대한 지식이 지금보다 축적되고 진보하면 인류는 반문명화 과정을 끊고, 질서․평화․조화와 함께 지금보다 더 풍요로운 삶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 이성(reason)을 잘 사용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긴요하다.

(출처 : http://www.freemarketschool.org 자유경제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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