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4월 4일자 "자치안성신문" 8면 열린여론에 게재된 것을 옯겨 본 것입니다.
서울에서 만난 안성
임충빈(任忠彬)
모처럼 서울에 왔으니 그 옛날 서울시청에서 근무할 때의 동료 생각에 몇 친구를 불렸으나 선약으로 겨우 세 사람과 점심을 하게 되어 지하철 2호선 시청역에 내려 무교동에서 얼큰한 생태찌개 집을 찾았다.
100여 년만의 닥친 대설과 한파라고는 하지만 올겨울은 유난히 바쁘고 분주하게 보냈다. 서울 갈 때면 승용차를 버스 정류장 근처에 세워두고 시외버스를 자주 이용, 서울에선 지하철을 타고 볼일을 불편 없이 봐 왔었다.
오늘 따라 추위도 추위지만 옛날의 추억을 더듬으며 반주로 한잔을 하고자 술을 시키려는데 이구동성으로 막걸리를 원하는 것이다. 속으로는 은근히 바라는 바였지만, 그런데 이외의 일이 일어났다.
아니 ‘안성마춤 생막걸리’가 아닌가! 눈을 의심하는 순간이다. 분명 마패가 있는 안성마춤!, 서울에서는 으레 장수 서울 막걸리인데 우리 안성 막걸리가 서울에서 만나다니, 감격적이라 할까. 정말 기분이 좋은 순간이다. 넓고 큰 서울 한 복판에 안성에서 만든 술이 이 좋은 식당에 자리하고 있다니 매우 반가웠고 한편으로는 자랑스럽기만 하였다.
소주를 싫어하므로 막걸리를 찾는 나는 모임 때면 유별나게 눈총을 받을 정도로 주종을 특이하게 선택하는 편이지만 식성은 단순하고 가리지 않는 편이다. 발효식품을 알고부터는 막걸리를 찾게 되었는데 소주는 증류수에 주정(酒精)을 희석, 약간의 향미를 가미하여 혼합한 것이라면 막걸리는 곡물을 원료로 발효과정을 거쳐 살아 있는 식품이며 주도 6%, 품질유지기한이 20일 내외로 매우 신선한 상태로 마실 수 있고 기름지고 고열량 음식을 먹는 오늘날 우리 식탁엔 막걸리가 “안성맞춤”이다.
내심 기뻤고 뿌듯하여 다소 상기된 기분으로 안성맞춤 상품이며 안성명품인 안성 막걸리의 우수성을 목이 마르게 자랑하였다.
“임 사장, 이제 안성 사람이 다 되었군.”
“아니, 언제는 강원남도 사람이라며 영덕대게를 자랑하더니 어느새 안성맞춤 전도사가 되었네.”
“아무튼 임 사장의 집념과 열정은 누구도 흉내 내기 어려울 거야.”
이런저런 이야기로 네 사람이 두 병을 거뜬히 비우며 세상사는 얘기며 근황을 나눈 후에 길 건너 명동 입구 롯데백화점 본점(명동점) 지하 1층 프레미엄 식품관을 찾았다.
이곳에서 겨우내 띄운 메주를 2월 하순에 10일간 전시, 판매하는데 사장으로서 현장 답사, 판매원 격려와 소비자 행태를 살펴보기 위하여 서울에 온 길에 친구를 만난 것이며 또 이들에게 모니터링도 할 수 있어서 점심값이 아깝지 않았다.
식품관엔 건강에 좋은 슬로푸드에서 편이 즉석식인 패스트푸드, 간편식인 인스턴트푸드에 이르기까지 고가품들이 즐비하여 명품백화점답게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비좁을 정도로 성시(盛市)이며 판매량과 가격도 혀가 내두를 지경이지만 쇼핑백마다 가득하기만 하다.
“한식 메주로 전통장 담그기 제안”이라고 꾸며진 코너엔 금줄 친 장독대를 설치, 한지 띠를 두른 메주들이 가지런하게 손님들을 맞이하여 보는 이로 하여금 고급스럽고 정갈하여 전통 음식, 전통 장에 관심을 둔 사람들로 붐비고 있어 첫 대면의 기분이 좋았다.
대추와 홍고추 각 5개씩, 참깨 5g, 참숯 3개를 투명 비닐봉지에 넣고 천일염 1kg들이 두 봉지, 염도계와 메주 석 장을 넣은 상자엔 분명히 ‘발효식품의 명가, 서일농원’이라고 적혀 져 보기에도 눈길을 끌만하게 차별화된 모습은 고객들의 호기심을 일으키기에 충분하였다.
견본으로 장을 담근 커다란 장독에 금줄 두른 실물을 보는 사람들은 전통 된장 맛을 보기를 원하여 시식을 시켰더니 고가품인 메주를 구매하는 것을 본 세 친구는 혀를 내두르며 도저히 상식적으로는 생각되지 않은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른 백화점, 마트나 시장에서는 9만 원 선인데 10만 원대를 훨쩍 뛰어넘다니 그 마케팅기법에 감탄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서일농원이란 꾸준하게 쌓아온 소비자 신뢰이고 브랜드이며 인지도를 활용하기 때문이라고 이해시켰더니 과연 다르다는 것을 수긍한다.
자리를 옮겨 커피를 마시며 식당에서 하던 이야기를 이어가며 오후를 식품과 음식, 건강과 장수에 대하여 다시 생각해 보는 기회가 만들어졌다.
우리가 흔히 마시는 소주(燒酎는 酒 술 주자가 아니고 소주 酎 주자를 씀, 글자대로 풀이하면 태워서 얻은 술)는 주정에 물을 타서 도수를 조정한 후 향신료를 첨가한 혼성주(混成酒) 혹은 재제주(再製酒)이며 물을 타서 만들었기에 ‘희석식 소주’라고도 한다. 별다른 영양분이 없고 열량만 있을 뿐이라 최근 알코홀이 사회문제가 되면서 저도주를 선호, 취향에 맞춰서 24도에서 19도 이하로 점점 내려오는 추세이다.
이에 반하여 곡물이나 과일을 원료로 충분히 발효, 숙성시킨 막걸리, 포도주, 맥주나 기타 과일주 등은 양조주(釀造酒)이므로 오묘한 발효과정을 긴 세월 거치면서 만들어지는 동안 유익한 효모 등 영양분들이 생성, 소화 흡수가 잘 되고 건강에 좋다는 것이다.
이것을 증류(蒸溜)하여 주도를 높인 것이 위스키나 보드카 같은 증류주가 되고 안동소주, 개성소주 같은 전통 소주가 이것이고 이것을 더 증류시키면 주정을 얻을 수 있다.
필자가 10여 년 전에 발효주인 막걸리의 장점을 알고 양조장을 경영할 때 “좋은 날”이란 상표로 막걸리를 만든 경험이 있었으나 마케팅이 제대로 되지 않아 처분하고 지금은 과실주만 만들지만, 막걸리의 우수성과 유익함을 알기에 막걸리 마니아가 되었으며 김치, 된장 등과 함께 발효식품이 건강. 장수식품으로 알려지면서 이제 막걸리는 외국에 수출될 정도로 매우 좋은 술이 되어 소비자의 사랑을 받고 있으며 희석식 보다는 양조주가 건강에 좋으므로 안성에서 만들어지는 막걸리를 더 사랑해야 할 것이다.
대부분 가게에서 파는 소주는 한 병(알코홀19.5%, 수입산 주정, 360ml)에 940원 내외인데 안성마춤막걸리는 안성맞춤 쌀 100%로 만들어진 한 병(알코홀 6%, 원료 국산, 1000ml)에 1,890원이어서 마트에서 사서 그날 저녁 종로구 관철동 3.1빌딩 31층라운지에서 대학원 동창모임에 두 병씩 선물을 하면서 안성의 막걸리를 홍보하여 큰 박수를 받기도 하였다.
서울에서 가장 많이 팔린다는 장수 생막걸리(알코홀 6%, 원료 90% 수입산, 750ml, 1,000원)와 국순당 생막걸리(알코홀 6%, 원료 100% 수입산, 750ml, 1,100원)는 원료가 외국산일 뿐 아니라 단위당 가격에서도 안성막걸리 0.53원, 국순당 0.68원, 장수막걸리 0.75원으로 안성막걸리는 국산 원료를 사용하고도 단연 저렴하여 경쟁력이 높아 앞으로 안성 쌀 소비에 청신호가 될 것이다.
안성엔 지금 안성마춤 생막걸리는 만드는 한주양조, 안성탁주를 만드는 안성양조장, 금광탁약주제조장, 꼼베뜨란 포도주를 만드는 안성서운포도영농조합, 송매향이란 매실주를 만드는 서일농가, 인삼주를 만드는 정헌배인삼주가, 고운햇살, 브랜드코리아 등 규모는 작지만 주류제조업체가 안성의 원료를 가지고 좋은 술을 만들어 안성 쌀 소비촉진에 앞장서고 있어 다행스럽고 자랑스럽기도 하다. (서일농원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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